냉장고 정리하다 나온 것들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뭐가 이렇게 많이 나오나 싶었음. 유통기한 한참 지난 굴소스, 반쯤 마른 대파 한 단, 언제 산지도 기억 안 나는 냉동 만두 한 봉지. 자취 5년차인데 아직도 이 짓을 반복하고 있음. 냉장고 문 열 때마다 뭐가 있는지 몰라서 장을 또 보고, 그러다 안쪽에서 썩어가는 걸 발견하는 사이클.
어제 밤에 유튜브 보다가 순두부찌개 영상이 떠서 그거 보고 있었음. 새벽 한 시에 배 안 고팠는데 화면에서 계란 톡 깨서 넣는 장면 나오니까 갑자기 당김. 이게 사람 심리가 참 웃긴 게, 배고픔이랑 별개로 눈으로 자극받으면 위가 반응함. 결국 참다가 잠들긴 했는데 오늘 냉장고 정리하면서 순두부 있나 찾아봄. 없었음. 대신 저 굴소스랑 대파랑 만두가 나온 거임.
인덕션 1구짜리라 뭘 하든 한 냄비에 다 때려 넣는 식으로 함. 오늘도 그럼. 만두 굽다가 대파 썰어 넣고 굴소스 살짝 뿌려서 볶음만두 비슷하게 만듦. 계량 안 하고 감으로 넣었다가 짜서 물 한 스푼 부었음. 이건 진짜 매번 이럼. 레시피 보고 따라 해도 중간에 꼭 눈대중으로 바꾸다가 망함.
헬스 갔다 온 날이라 단백질 신경 쓰긴 해야 하는데 만두는 딱히 단백질원이 아님. 그래도 냉장고에서 없앨 건 없애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음. 남는 재료 두면 처치곤란이라 일단 먹어치우는 게 우선순위임. 배달시키면 편하긴 한데 배달비 생각하면 그냥 있는 거로 때우는 게 낫다는 계산이 항상 이김.
설거지는 최소화하려고 프라이팬 하나로 다 끝냄. 접시도 그냥 팬에서 바로 덜어 먹을까 하다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릇 하나만 씀. 다 먹고 나니까 배는 부른데 순두부찌개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음. 결국 다음에 장 볼 때 순두부 사야겠다고 메모함. 이런 식으로 미루다 보면 또 몇 주 지나서 냉장고에서 뭔가 발견하고 있을 듯.
굴소스는 원래 다른 요리 하려고 산 건데 그때 이후로 거의 안 씀. 병 하나 사면 반의반도 못 쓰고 자리만 차지함. 이런 조미료류가 은근히 냉장고 공간을 잡아먹음. 대파도 항상 한 단 사면 반은 시들어서 버리게 됨. 반 단씩 파는 데 없나 찾아봤는데 동네 마트엔 없었음. 그냥 매번 이렇게 낭비하는 거 같은데 딱히 고칠 생각은 안 듦.
정리하다 보니 냉동실 구석에서 작년에 사둔 견과류도 나옴. 이건 그냥 다시 넣어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보기로 함. 그릇 씻고 물 한 잔 마시고 누워서 폰 보는데 또 그 순두부찌개 영상 추천으로 뜸. 알고리즘이 사람 놀리는 것 같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