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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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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러 갔다가 또 떨이 코너에서 발 묶임

장 보러 나갔다가 원래 살 것보다 두 배는 사 옴. 마감 세일 스티커 붙은 코너 앞에서 발이 묶이는 버릇이 있는데 오늘도 예외 없었음. 계란 한 판, 삼겹살 한 근이면 될 걸 카트에 이것저것 얹다 보니 계산대에서 좀 당황함.

원래 목적은 단백질 채울 닭가슴살이랑 계란이었음. 헬스 갔다 온 날은 뭐라도 챙겨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장 볼 때마다 냉장고에 닭가슴살 재고부터 확인함. 근데 오늘은 정육 코너 옆에 떨이 딱지 붙은 삼겹살이 눈에 들어왔고, 유통기한이 내일까지라 30퍼센트 할인이었음. 한 근에 6천 얼마였나. 원래 가격 생각하면 싼 건 맞는데 혼자 사는 집에 삼겹살 한 근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양인지는 계산에 안 넣었음.

떨이 코너 옆으로 조금 더 가니까 두부랑 콩나물도 반값 스티커 붙어 있길래 그것도 담음. 두부는 어차피 순두부찌개 해 먹을 생각이었으니 상관없는데 콩나물은 딱히 계획 없이 그냥 쟀음. 이런 식으로 사면 냉장고에서 물러 터진 콩나물 발견하는 게 다음 주 루틴이 되는 거 아는데 그 순간엔 안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 못 참음.

과일 코너 앞에서도 한참 서 있었음. 바나나 한 송이가 검은 반점 좀 있다고 반값이었는데 어차피 하루 이틀 안에 다 익어서 못 먹게 될 거 알면서도 샀음. 결국 반은 그냥 상해서 버림. 이건 진짜 후회. 떨이라고 다 이득은 아닌데 그 순간엔 판단력이 흐려짐.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주방용품 코너를 지나가다가 프라이팬이 눈에 들어옴. 마침 집에 있는 팬 코팅이 다 벗겨져서 계란 부치면 자꾸 눌어붙던 참이었음. 산 지 2년 좀 넘었나. 세척볼로 박박 문지른 게 문제였던 것 같은데 그땐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음. 원팬 요리 위주로 살다 보니 팬 하나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데, 코팅 벗겨진 거 방치하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귀찮아서 몇 주째 그냥 씀. 눌어붙은 계란 긁어내는 게 일상이 됨.

근데 오늘 본 프라이팬은 떨이가 아니고 그냥 정가였음. 인덕션 전용인지 확인하고 지름 확인하고 한참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안 샀음. 이미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더 못 들겠다는 핑계도 있었고, 사실 새 팬 사도 또 몇 달 지나면 똑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놨음. 다음에 사기로 함. 다음에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음.

집에 와서 짐 풀면서 보니까 산 것 중에 반은 딱히 필요 없던 거였음. 떨이라는 말에 홀려서 담은 건데 두부랑 계란만 있었어도 이번 주는 충분했을 듯. 삼겹살은 오늘 저녁에 구워 먹으면 되니까 그나마 다행이고, 콩나물은 언제 처리하나 벌써 걱정임. 콩나물국 끓이기엔 양이 애매하고 볶음으로 하기엔 손이 많이 감. 설거지 늘어나는 거 극혐이라 웬만하면 재료 하나로 끝내는 요리만 하는데 콩나물은 그 계획에 안 맞음.

가격 체감은 확실히 있었음. 몇 달 전보다 삼겹살 값이 오른 거 같아서 나중에 검색해보니 다들 비슷한 얘기 하고 있었음. 배달비 아까워서 해 먹는 건데 재료값도 만만치 않아지면 그 차이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라 좀 씁쓸함. 그래도 배달 시키는 것보단 나으니까 장 보러 다니는 건 계속할 듯.

저녁에 삼겹살 구우면서 아까 그 프라이팬 생각이 자꾸 남. 코팅 벗겨진 팬에 고기 구우니까 기름이 계속 눌어붙어서 설거지가 두 배로 늘어남. 이럴 거면 진작 새로 살 걸 그랬나 싶다가도, 어차피 다음에 장 보러 가면 또 떨이 코너 앞에서 정신 팔릴 게 뻔해서 딱히 계획은 안 세워짐. 계란은 눈대중으로 두 개 깨서 부쳤는데 이번엔 안 눌어붙고 잘 됨. 운이 좋았던 걸로.

콩나물은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 아침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로 함. 개귀찮으면 그냥 국 끓여서 며칠 나눠 먹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