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할 것도 없어서 서랍이나 정리함. 원룸이라 주방이랄 것도 없이 서랍 두 칸이 전부인데 그것도 반은 안 쓰는 걸로 차 있었음. 이사 오고 나서 한 번도 안 뒤집어본 것 같음.
계량컵 세트부터 나옴.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남. 어차피 눈대중이 편해서 반년 넘게 처박아둠. 예전에 그러다 간 맞춘다고 눈대중으로 하다가 짜서 물 부은 적 있는데도 습관은 안 고쳐짐. 나무 젓가락 낱개로 굴러다니는 것도 여러 개, 편의점에서 딸려온 일회용 스푼도 서랍 구석에 쌓여 있었음. 이런 거 왜 안 버리고 두는지 모르겠음. 스티커 안 뗀 채로 굴러다니는 소스 종지도 나왔는데 이건 대체 언제 산 건지 기억도 안 남.
인덕션이 1구라 냄비도 하나면 충분한데 서랍엔 프라이팬이 세 개나 있었음. 설거지 나오는 거 극혐이라 원팬으로 다 해결하는 편인데 왜 이렇게 늘어난 건지. 하나는 코팅 다 벗겨져서 버림. 하나는 손잡이가 헐거워서 흔들거리길래 같이 버림. 버리고 나니 서랍이 훅 넓어짐. 이럴 거면 진작 정리할 걸 그랬음.
하나만 사러 갔다가
정리하다 보니 밀폐용기가 애매하게 부족해서 하나 사러 나감. 락앤락 작은 거 하나면 되는데 마트 가니까 세일하는 거 보이면 그냥 다 담게 됨. 밀폐용기 세트로 하나 집었음. 계량스푼도 눈에 띄어서 담았음. 후추그라인더는 살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새 봉지에 들어가 있었음. 이럴 거면 걍 온라인으로 딱 하나만 시켰어야 했는데 마트 가면 항상 이럼. 카트도 안 끌고 갔는데 봉지가 두 손 가득 찼음.
닭가슴살도 세일이길래 같이 담았음. 헬스 갔다 온 날이면 단백질 챙긴다고 이것저것 더 사게 되는 듯. 배달비 아까워서 해 먹는 건데 장은 이렇게 계획 없이 봄. 아이러니함. 계산하면서 영수증 길이 보고 속으로 좀 놀람.
집에 와서 산 거 정리하는데 후추그라인더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또 서랍 배치를 바꿈. 뭐 하나 사면 자리부터 걱정하는 게 원룸 살림의 숙명인가 싶음. 창밖 보니 날은 좋았는데 결국 오후 내내 집에서 서랍이랑 씨름함.
서랍 정리하다 예전에 볶음밥 태워먹고 편의점 갔던 날 쓴 글 생각남. 그때 쓰던 팬이 이번에 버린 그 코팅 벗겨진 팬이었음. 태워먹은 흔적이 계속 눌어붙어 있어서 어차피 버릴 때 됐던 듯. 그 뒤로 그 팬으로 뭘 하든 좀 찜찜했는데 이제야 속이 시원함.
정리 다 하고 나니 서랍에 계량컵 하나, 스푼 하나, 팬 두 개만 남음. 딱 이 정도가 맞는 듯싶음. 근데 다음 주에 또 뭐 사러 갔다가 봉지 가득 들고 올 거 같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