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전자저울 얘기 하나 하려고 함. 헬스 다니면서 단백질 챙긴다고 닭가슴살이나 밥 양을 그램으로 재기 시작했는데, 계속 컵이랑 눈대중으로 하다가 이번에 그냥 저울을 샀음. 만원 초반대 제품으로 골랐음.
써보니 확 달라짐. 밥 150그램이 대충 이만큼이겠지 하던 게 그냥 접시 올리고 숫자 보면 끝. 계량 안 하고 감으로 하다가 짜거나 싱겁게 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조미료 넣을 때도 저울에 올려서 g 단위로 보니까 그런 실수가 확실히 줄음. 특히 닭가슴살은 부위별로 크기가 제각각이라 눈대중이 제일 안 통하는 재료였는데, 이제는 그냥 저울에 올리고 부족하면 더 자르고 남으면 냉장고 넣으면 끝이라 계획 짜기가 훨씬 편해짐. 근데 아쉬운 점도 있음.
아쉬운 점
일단 액정이 너무 예민함. 그릇 올리고 숫자 뜨는 데 몇 초 걸리는데, 그 사이에 살짝 흔들리면 다시 튐. 그리고 원룸 조리대가 좁아서 저울 하나 더 놓을 자리가 애매함. 인덕션 옆에 두면 전선 걸리적거리고, 싱크대 쪽에 두면 물 튈까 봐 매번 옮겨야 함. 배터리도 생각보다 빨리 닳음. 몇 달 안 됐는데 벌써 한 번 갈았음. 방수도 아니라서 물기 있는 재료 올릴 때마다 그릇에 담아서 재는 것도 은근 번거로움.
그냥 생각난 거
이거 재다 보니까 갑자기 학생 때 처음 자취방에서 해 먹었던 게 생각남. 그땐 저울은커녕 냄비 하나로 라면만 겨우 끓였는데, 스프 양 눈대중으로 넣었다가 짜서 물 왕창 부은 기억이 있음.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재료 하나 넣는 것도 숫자로 확인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임.
아무튼 저울 자체는 만족임. 자리 문제만 어떻게든 해결하면 되는데, 그건 그냥 내가 좁은 집에 사는 문제라 저울 탓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