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 순서가 좀 바뀜. 예전엔 알람 세 번은 기본으로 미루고 눈뜨자마자 옷만 걸치고 나갔는데 요즘은 일단 냉장고부터 엶.
계기랄 게 딱히 없음. 그냥 헬스 가는 날 아침에 공복으로 웨이트 하다가 세트 중간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몇 번 겪음. 유산소는 배 비어 있어도 상관없는데 무게 드는 날은 진짜 안 되겠더라. 그래서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계란 두 개부터 부침. 인덕션이 1구라 계란 부치는 동안 다른 걸 못 함. 그냥 서서 프라이팬만 쳐다봄. 그 사이에 우유에 단백질 파우더 타서 마심.
계란도 처음엔 불 세기를 몰라서 세게 올렸다가 밑면 새까맣게 태워먹음. 그 뒤로는 약불로 천천히 함. 시간이 좀 걸리는데 어차피 이 시간엔 딱히 할 것도 없어서 상관없음.
씻는 순서도 바뀜. 원래는 씻고 나서 나갈 준비 하다가 마지막에 대충 뭐 하나 입에 욱여넣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먹는 게 먼저고 씻는 게 뒤로 밀림. 순서 하나 바뀐 걸로 아침 전체 느낌이 달라지는 게 좀 신기함.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도 그래서 조금씩 밀렸음. 며칠 전엔 내려가다가 같은 층 사는 사람이랑 같이 탐. 얼굴만 아는 사이라 인사만 하고 서로 딴청. 그 사람 손에 마트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는데 두부랑 계란판이 위에 얹혀 있는 게 보임. 아침부터 장을 봐 오는 건가 싶었음. 나는 아침에 뭘 사러 나간다는 생각 자체를 잘 안 하는데. 엘리베이터 좁아서 괜히 그 봉지만 쳐다보게 됨.
그러고 보니 이 동 사람들 마주치는 시간대가 다 비슷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잘 모르겠음. 어차피 인사만 하고 마는 사이라 딱히 생각할 것도 없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장바구니가 계속 눈에 밟힘. 계란판 얹힌 각도가 위태로워 보여서 그랬나.
밥 먹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있음. 예전엔 씹는 둥 마는 둥 삼키고 나갔는데 지금은 앉아서 좀 먹음. 앉아서 먹는다고 딱히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됨. 저번에 헬스 갔다 온 날 저녁을 국밥 한 그릇으로 대충 때운 적 있는데, 그것도 결국 이 루틴 바뀐 거랑 비슷한 맥락임. 저녁은 대충, 아침은 챙기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느낌.
커피도 순서가 바뀜. 예전엔 나가서 편의점에서 사 마셨는데 요즘은 집에서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 나감. 편의점 커피값 며칠 모으면 원두 한 봉지 값이라는 계산이 어느 순간 서버림. 근데 내리는 동안 뜨거운 물 식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만큼 또 늦게 나가게 됨. 결국 어디선가는 시간이 새는 느낌인데 어디서 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음.
주말엔 이 루틴도 다 무너짐. 알람을 아예 꺼놓고 자다가 일어나면 점심때가 다 됨. 계란도 안 부치고 그냥 시리얼에 우유 부어서 대충 때우거나 아무것도 안 먹고 넘어감. 평일엔 그렇게 챙겨 먹다가 주말엔 손바닥 뒤집듯 놓아버리는 게 스스로 봐도 좀 웃김. 헬스도 주말엔 안 가니까 딱히 챙길 이유가 없다고 합리화함.
계란 두 개로 부족한 날은 즉석밥도 하나 더 데움. 근데 즉석밥 데우면 그릇이 하나 더 늘어서 설거지가 늘어남. 그게 싫어서 반쯤은 그냥 참고 계란만 먹고 나감. 이 정도 귀찮음은 감수할 만한지 아직 판단이 안 섬.
오늘 아침엔 계란 하나가 깨져 있는 걸 냉장고 문 열고서야 봄. 어제 장바구니 대충 던져놓은 게 원인인 듯. 흰자가 계란판 밑으로 흘러서 다른 칸까지 번져 있었음. 닦아내는데 시간 다 잡아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