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5년차인데 요즘 부쩍 헬스 끝나고 집에 오면 뭘 해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짐. 어제도 헬스장에서 나와서 편의점 앞을 서성이다가 그냥 집으로 옴. 배는 고픈데 뭘 먹을지 결정을 못 내리는 게 제일 피곤한 상태임. 운동하고 나면 단백질 챙겨야 한다는 강박은 있는데 막상 뭘 차려 먹을 기운은 없는 그 애매한 타이밍.
원래 목적은 카레 가루 하나였음. 근데 마트 가면 늘 이럼 — 카레 가루 사러 갔다가 세일하는 우삼겹 보고 집어넣고, 대파 떨어진 거 생각나서 또 집어넣고, 결국 나올 땐 봉지가 묵직해져 있음. 냉장고 사정 생각 안 하고 일단 담고 보는 버릇 아직도 못 고침.
이 메뉴 고른 이유는 단순함. 인덕션 한 구짜리 미니 주방에서 팬 하나로 끝나는 요리 아니면 웬만해선 손이 안 감. 설거지거리 늘어나는 거 진짜 싫어해서 국이랑 반찬 여러 가지 나오는 집밥식은 자취 시작하고 거의 안 함. 볶음밥류는 그래서 로테이션에 항상 껴 있는 편.
만들어 먹어본 지 며칠 지났는데 결과부터 말하면 재구매 확정임. 왜 그런지랑 만들면서 있었던 일 좀 풀어봄.
결과부터 말하면 이럼
한 마디로 말해서 재료 준비 부담이 적은데 맛은 자취생 기준 이상으로 나옴. 카레 특유의 향이 고기 잡내를 덮어줘서 그런지 실패할 확률이 낮은 조합이었음. 헬스 갔다 온 날 저녁에 후딱 만들어 먹기 딱 좋은 포지션이었음.
재료는 냉장고 파먹기 수준
재료 구성 보면 알겠지만 특별한 거 하나도 없음. 냉장고에 상비로 있는 것들이랑 정육코너에서 저렴하게 파는 고기 한 종류면 끝. 이 조합이 좋은 이유가 그거임 — 장 보러 나가는 귀찮음 자체가 확 줄어듦.
- 우삼겹 120g
- 양파 0.2개
- 대파 0.3대
- 밥 2공기
- 버터 1큰술
- 카레분말 2큰술
- 양념·소스: 다진마늘, 케첩, 진간장, 소금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리스트 보면 알겠지만 고기 부위는 딱히 안 가려도 됨. 우삼겹 대신 대패삼겹살이나 차돌박이로 바꿔도 무리 없이 됨. 냉동실에 뭐 있으면 그거 꺼내 쓰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음.
사실 이날도 배달 어플 켰다가 조용히 끈 날이었음. 카레 볶음밥 파는 데 찾아보다가 배달비 보고 그냥 앱 닫음. 최소주문금액 맞추려고 안 먹을 것까지 추가하느니 냉장고에 있는 걸로 만드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남. 어차피 재료도 다 있는데 굳이 시켜 먹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앱을 닫아버렸음.
양파랑 대파는 미리 다져서 소분해두는 편인데 이번엔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그날 바로 썰었음. 칼질 몇 번이면 끝나는 수준이라 부담은 없었음. 마늘은 다진 거 냉동실에 쟁여둔 거 꺼내 씀 — 이거 없으면 카레 특유의 감칠 포인트가 확 빠짐.
버터랑 카레분말, 케첩, 진간장은 사실상 조미료 서랍에 항상 있는 것들이라 따로 산 게 거의 없음. 이 정도 구성이면 마트 한 번 안 가고도 만들 수 있는 집이 꽤 많을 듯.
재료 늘어놓고 보니까 예전에 자취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도 남. 그때는 카레분말이랑 카레 가루도 구분 못 해서 엉뚱한 거 사 온 적 있음 ㅋㅋ. 지금이야 대충 눈에 익어서 헷갈릴 일 없지만, 처음엔 마트 진열대 앞에서 한참 서서 봉지 뒷면 읽던 게 생각남. 이런 것도 시간 지나면 그냥 몸에 배는 부분인 듯.
만들던 중 기억나는 장면 몇 개
고기 볶을 때 버터 녹는 냄새 나면서 부엌이 순식간에 느끼해지는 그 타이밍이 제일 기억에 남음. 거기서 불 조절 살짝 놓쳐서 한쪽 면이 좀 타들어갈 뻔했는데 급하게 뒤집어서 겨우 살림. 카레분말 넣는 순간부터는 색이랑 향이 확 바뀌어서 그때부터는 실패할 걱정이 좀 덜어짐.
비율은 사실 눈대중으로 했다가 간이 애매하게 셌음. 물 살짝 부어서 겨우 맞춤 ㅋㅋ. 정확한 비율이랑 불 조절 타이밍은 원문 레시피 순서 보고 따라하는 게 훨씬 안전함. 나처럼 감으로 하다가 물 붓는 사태 만들지 말고.
가격이랑 영양 성분 찾아본 이유
다 먹고 나서 문득 이거 한 끼에 얼마나 든 건지 궁금해짐. 단백질 위주로 챙기려고 하는 편이라 성분도 같이 찾아봄. 배달 시켜 먹었으면 얼마 나왔을지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음.
| 칼로리 | 705 kcal |
|---|---|
| 탄수화물 | 75.9 g |
| 단백질 | 16.9 g |
| 지방 | 36.2 g |
| 당류 | 3.3 g |
| 나트륨 | 424 mg |
| 재료비 | 약 4,756원 (2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3,300원 |
표 보면 알겠지만 가격이 아주 저렴한 수준은 아님. 우삼겹이 삼겹살보다 비싼 편이라 부위 바꾸면 단가가 꽤 달라짐. 정육코너마다 가격 차이도 은근 커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체감이 달라짐. 그리고 대파나 양파는 소량만 쓰는데 한 단, 한 망 단위로 사야 해서 나머지는 결국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다 버려지는 경우가 많음. 자취생 입장에선 이게 은근 아까운 지점임. 매번 소분 포장된 채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일이라 그냥 남는 걸 감수하고 사는 쪽으로 정착함.
그래도 배달 시켜 먹는 거보다는 확실히 싸게 먹힘. 단백질 챙기면서 원팬으로 끝나는 메뉴 찾는 사람한테는 괜찮은 선택지라고 봄. 대신 매번 사 먹기 아까운 애매한 재료들 때문에 냉장고 정리는 각오해야 함. 다음엔 재료 소진 순서까지 미리 생각해두고 장을 봐야겠다는 다짐만 또 함.
먹고 나서 그릇 하나만 씻으면 되는 것도 은근 만족스러웠음. 팬도 눌어붙은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물에 잠깐 담가뒀다가 슥슥 닦으니 금방 끝남. 저녁 먹고 나니까 밖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고, 그냥 소파에 누워서 유튜브 좀 보다 잠들었음. 내일 운동 갈 생각하면서 단백질 섭취량 대충 계산해보다가 그냥 귀찮아서 그만둠. 혼자 먹는 밥이라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데 배부르고 나니 그걸로 만족스러웠음. 다음 헬스 가는 날에도 아마 비슷한 거 또 해먹을 듯.